1. 사회 · 문화적 배경 - ②
고딕 시대 복식의 외관은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회의와 함께 많은 변화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12세기 중엽에서부터 계속되어 오던 것으로, 십자군 전쟁이 실패로 끝나게 되자 교회의 절대적 권위는 무너지게 되고 사람들은 점차 중세적 기독교의 관념에서 벗어나려 했다. 즉, 좀 더 인간적인 즐거움을 찾으려는 노력이 싹트게 되었는데, 이러한 심리는 우선 자신의 치장에 관심을 갖게 만들어 복장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유발했던 것이다. 먼저 여성들의 과감한 노출이 시도되어 브이자형이나 유자형 등으로 네크라인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고딕 시대의 복장을 좀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의 독특한 예술양식을 먼저 고찰해야 한다. 고딕 양식이란 12세기 후반 프랑스를 시작으로 하여 북으로는 영국, 남으로는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 보급된 중세 특유의 건축양식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동양에서는 한 예술양식이 몇 세기 동안 지속되는 데 비해 서유럽에서는 새로운 미의 추구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예술운동이 끊임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는 동, 서양의 문화의 본질적인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다.
새로운 고딕 양식은 사원과 교회당의 건축에 우선 적용되었고 종교와 결부되어 발전한 것은 이제까지의 경향과 별로 변함이 없었다. 이것이 점차 왕 이하 귀족의 저택, 도시의 공공건축물에까지 성행하여 직접 이 건축 양식을 접하는 일반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시민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따라서 가구나 공예품,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형미술에 새로운 양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고딕 양식의 특징은 하늘을 찌를 듯한 뾰족한 탑, 첨형 아치와 서로 얽힌 격자무늬, 그리고 벽 대신 유리창을 많이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힘있고 밝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고딕 건축의 첨두적 외관은 복식에 그대로 영향을 주어, 전체적으로 길고 흐르는 듯한 실루엣이나 앞이 뾰족한 구두, 높고 뾰족한 모자, 소매나 옷단의 톱니모양은 모두 이러한 예각적 감각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내부의 스테인드 글라스는 고딕 건축의 대표적 특징으로 순수한 색과 광으로써 당시 사람들의 종교 감정을 자극할 뿐 아니라 미적 감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미감은 장신구 등의 공예품과 직물에 있어 풍요한 광택과 색채로 나타났다.
고딕 건축의 내면과 외면은 풍려한 장식에 의해 가득차 있었는데 건축면을 장식하는 조각에는 로마네스크 건축에 나타난 인간군상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인간상 하나하나를 중시하여 풍부한 인간적 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조각에서 표현된 복식의 부드러운 드레이프의 선은 그리스, 로마 복식의 유동미를 연상하게 하고, 그 섬세함은 당시의 복식을 고찰하기에 좋은 자료가 된다. 또는 회화도 종교화 위주에서 점차 인물화로 옮겨가 복식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고딕 시대에 널리 사용된 장식문양은 로마네스크풍의 공상화된 인물이나 동물 문양이 식물 장식 문양과 교묘하게 조합되었으며, 이것들이 점점 합리화되어 자연 그대로의 모양으로 변화해 갔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식물 문양과 기하학적 문양은 고딕 양식을 특징짓는 독특한 것으로 직물과 장신구의 세부적인 곳에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고딕 시대에는 벨벳이나 브로케이드 등의 고급 직물이 귀부인들에게 환영받았으며, 북방에서 수입한 모피류가 외투와 의상의 안감이나 장식용으로 애호되었다. 그 밖에 금속세공, 칠보, 도기, 유리세공, 가죽세공 등의 기술도 크게 발달하여 우수한 수공업자에 의해 창조된 장식품이 그 당시의 복식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2. 복식의 개요
12세기에 신체의 윤곽선을 잘 나타내 주던 의상은 13세기에 질병과 천재지변을 겪은 후 밀착된 의상에 대한 반발로 잠시 무겁고 헐렁하게 인체를 감추는 듯 하더니 다시 부드러운 옷감과 거들로 인체의 곡선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종래의 정적인 생활이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이동성과 활동성이 있는 생활형태로 바뀌자 복식도 합리적인 형태를 추구하여 블리오와 같이 소매가 땅에 끌리는 등의 불합리한 의상형태는 사라지고 꼬뜨와 같은 편리한 변형인 꼬뜨나 코타르디를 입고 그 위에 쉬르코를 입었다.
14세기에는 수세기 동안 거의 없었던 남녀의복의 성차가 처음으로 뚜렷해졌는데, 남자의 의상은 짧아지고 여자의 의상은 몸에 꼭 끼게 되어 크고 호화로운 우플랑드를 겉옷으로 착용했다. 여자의 의상은 주름의 미를 강조하고 신체의 실루엣을 자연스럽게 나타내기 위해 상체는 꼭 맞고 스커트는 넓고 길어진 것이 특징이다.
실크는 동방에서 수입하기도 했으나 프랑스에서도 모직물과 함께 생산되어 질감과 색상이 더욱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또한 짐승털을 복식에 이용하면서 복식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15세기에 들어오면 네크라인은 허리까지 내려오고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앞가슴에 삼각형의 장식천을 따로 붙이기도 했다. 의상의 실루엣은 종래의 몸을 감싸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몸의 곡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데 치중하게 되었는데 이는 상류사회에서 더욱 유행했다.
또한 소매의 형태가 좁고 긴 것, 슬릿이 있어 속의 옷이 보이는 것, 넓고 길어 땅에까지 끌리는 것, 톱날 같은 모양 등으로 다양해졌고, 더욱 재미있는 것은 가짜소매의 출현으로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에 가서 전성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의상 실루엣의 변화는 계속 새롭게 개발되는 직물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우수하고 다양하며 독특한 스타일이 연출되어 르네상스가 개화될 조짐을 복식에서부터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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